㉠ 『별』
황순원의 단편소설 「별」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모성의 세계에 집착해 있는 소년이 현실 세계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이상과 현실 세계의 대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복이라는 아이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머니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막연히 자신의 어머니는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노파가 아이의 누이가 죽은 엄마와 닮았다고 무심코 던진 말에 충격을 받는다. 아이는 못생긴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을 땅에 묻거나 누이가 동생 을 위해 몰래 가져다 준 옥수수를 누이가 보는 앞에서 뜨물 항아리에 던지는 행위를 하는 등으로 누이를 미워한다.
또 누이가 연애사건으로 인해 죽은 어머니를 욕되게 한다는 생각을 하고 혐오감과 반발감이 점점 크게 자리 잡아 기회만 있으면 골려 준다. 그 뒤 누이가 시집을 간 후 얼마 되 지 않아 누이가 죽었다는 부고를 받은 아이는 자기가 어린 시절에 누이에 게 한 행동을 반성하면서 조금씩 성숙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유종호는 이 작품을 전반부에 초점을 맞춰서 어린 소년이 삶의 과정에 있어서 최초로 맛보게 되는 첫 번째 실망과 미추에 대한 자각에 맞춰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선은 이와 더불어 죽음에 대한 통과제의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경험과 이러한 괴로운 경험에 대해서 자기를 적응하고 성숙하는 과정이 복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주인공의 죽음의 발견이 강조되어 있으며, 별이란 원방에의 간격이 설정됨이 효과적이다.
「별」은 아이의 시선을 통해서 어두운 하늘에 빛나는‘별’의 밝음의 이미 지와 연결시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집착과 그리움, 더 나아가 절대적미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를 담고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아이들의 놀이 와 생활의 파편들을 통해 아이의 정서가 은은하면서 섬세하게 담겨진 작 품이다. 아이들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성적인 면과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가시적인 것에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별」은 감성적인 판단 속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유년기아이의 모습을 통해 정신적인 성숙과 별로 상징되는 절대적 미의 존재인‘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누이의 죽음을 맞고 옛날의 추억을 다시 재현해 보는 소년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이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이 묻어나고 있음을 눈 치 채게 하는 장면이다. 소년은 의식적으로 어머니와 누이가 똑같이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누이에 대한 인정은 갑작스럽게 발생 했다기 보다는 서사의 초반부터 결말까지 이어지는 아홉 개의 에피소드에 이미 내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각시인형의 매장, 이복동생을 괴롭힘, 옥수수를 누이 보는 앞에서 던져버림, 땅따먹기 놀이, 누이 의 싸움, 누이의 연애사건, 누이에게 가해하려 함, 누이의 부고, 인형을 파봄 등은 누이에 대한 거부와 혐오감을 행동으로 표출한 사건의 나열이 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누이가 어머니와 자꾸만 동일 시 되어간다는 소년의 무의식이 작용되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별」에서 볼 수 있는 어머니와 누이 사이의 아름다움과 추함의 대 비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어머니에 대한 고착된 이미지의 세계 속에 가두어 둠으로써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외부 현실과의 정상적인 소통에 어떤 장애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적 아름다움의 세계를 통하여 아이는 현실 세계에 대한 부정적 자의식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작품 「별」에 나타난 아이의 심리적 갈등을 알아보았다. 아이 의 갈등은 바로 어머니라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과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침범한 누이에 대한 강한 저항과 반발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아이의 갈등은 외부의 대상과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별」은 미성숙한 아이의 미적 가치에 의해 초래된 내면적 갈등이 소설화된 작품이다.
㉡ 『소나기』
소설 「소나기」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소년과 소녀 사이의 마음을 아름다 운 사랑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티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들의 세계를 동 화적인 성격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소설은 두 주인공의 만남을 통해 유년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성과 사랑에 무지한 소년이 성과 사랑에 입문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픔과 정신적인 혼란을 나타내고 있으며, 점차성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인식과 정신적 성장을 자랑스럽게 여김으로써 사회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사랑에 입문하는 과정에 들어선 후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소나기, 질병, 헤어짐, 죽음이라는 제의를 거치면서 내면의 사랑을 인식하게 된다. 주인공 소년은 친밀감, 기다림, 그리움, 비 밀 간직하기, 갈등 등을 통해서 사랑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성숙하게 된 다. 결국, 이 소설은 주인공 소년이 소녀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을 극복하는 사랑의 가치를 깨닫고자 몸부림치는 성숙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제목인‘소나기’는 갑자기 이루어진 소년과 소녀의 소나기 가 한꺼번에 퍼붓듯이 내리는 것처럼 순수하면서도 아름답지만 짧게 끝난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소년과 소녀의 사이를 밀착시키는 구실을 해 주고 있다. 두 어린 소년 소녀와 초가을의 맑은 하늘과 냇물, 그리고 갈꽃은 두 인물의 행동의 배경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융합을 통해 순수한 가치를 얻어내고 있다.
소나기는 이 작품이 다루고자 한 감정의 심화 내지는 애정의 절실성을 위하여 필연의 논리를 획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아름답고 귀중한 것을 소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오히려 잃음으로써 그 값 자체의 객관적인 소중함까지 인식하는 높은 미적 및 정 신적 체험을 성장과 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하나의 교육적 가치로 제공하고 있다.
소나기는 소년, 소녀의 애정의 실현과 애정의 상실로 인한 과정에 서 성장의 의미를 찾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년과 소녀 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법한 사춘기 사랑의 열병을 앓고 성숙하게 되는 청소년기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그 아름다운 순수한 사랑 속에서 삶의 고통과 진실을 깨닫고 좁은 세계에서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작품 소나기는 사춘기 첫사랑의 아픔을 통해 소년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다. 맑고 순수한 소년, 소녀의 사랑이 전원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시내가 흐르고 꽃이 피어 있는 들의 전경과 비 갠 후 맑은 하늘 그리고 자연의 풍경이 환기해 주는 신선함과 청초함은 소설「소나기」의 순수한 이야기의 성격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소년은 개울가에 앉아 있는 소녀가 윤초시네 증손녀 딸이라는 것을 금 방 알 수 있는 작은 시골에 살고 있다. 소녀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소년 과 친분관계를 이루기 위하여 징검다리 한 가운데 앉아 있다. 즉,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자기의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전혀 이러 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소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소년은 진정으로 자신이 성과 사랑에 무지함을 깨닫게 되고 이 에 입문하게 되는 준비과정을 완수하게 되어 성의 무지한 세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행복하게만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첫째,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계절이 가을이라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여름이 지나 늦가을까지 계속되는 계절적 배경은 갈꽃이 피어 있고, 허수아비가 서 있는 들판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둘째, 소녀가 좋아하는 보랏빛의 도라지꽃이나 소나기가 내리기 전에 주위가 삽시간에 보랏빛으로 변한 것이나, 파랗게 질린 소녀의 입술 모두 가 불행을 암시하는 색채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소녀의 가정은 신분적·경제적으로 몰락한 가정이다. 초시라는 할아버지의 신분이 현재로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명칭이거니와,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사내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하나 남은 증손녀라 는 소녀의 신분은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든 소녀 네의 가문이 소녀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과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소녀의 분홍빛 스웨터 앞자락에 묻은 검붉은 진흙물은 소녀의 불행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진흙물은 소녀의 죽음을 넘어 소년과 소녀의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죽으면 입고 있는 스웨터를 입혀 묻어 달라는 소녀의 유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검붉은 진흙물은 소녀의 죽음을 암시하지만 소녀가 죽은 후에도 영원히 함께하고자 하는 소녀의 사랑에 대한 영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소설 소나기는 사춘기에 접어들려는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사 랑의 감정교류를 그리고 있으면서 성에 눈뜨게 되는 사춘기 소년과 소녀 의 애틋한 첫사랑의 경험을 통해서 인생의 입문과정에서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외상적인 아픔과 정서적인 충격을 다루고 있다. 아직 성에 대하여 경험해 보지 못한 주인공이 사랑을 인식해 가는 내용구조를 지닌다. 이런 성숙의 과정을 지나 주인공은 비로소 성숙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황순원 전집2 (문학과 지성사) P 35
황순원(2000)소나기」,황순원 단편선, 문학과 지성사, p.7~9.
박학희(2013)황순원의 성장소설에 나타난 통과제의적 양상연구. P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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