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장소설의 개념
성장소설은 교양소설, 형성소설, 입사소설, 보존소설, 그리고 발전소설 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 어린 주인공이 자아를 의식하고 차츰 외부세계와의 접촉 또는 대결을 해 나가는 중에 그의 자아가 인간세상의 삶의 법칙을 깨우쳐 세계 속에서 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을 말한다.
성장소설은 앞서 말한 교양, 형성, 입사, 보존, 발전소설 등은 독일, 영국, 미국 등의 나라에서 자국의 문화적, 미학적 전통에 맞추어 사용한 개념들이다.
이렇듯 여러 소설 유형이 다층적인 요소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의 소재를 어떠한 직관적 표준이나 체험적 표준에서 보고 강조하고 정리하며 해설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이해된다. 이는 개념적, 갈래적 정의를 기대할 수 없는 충족치 못한 장르이면서 새로운 갈래의 생성을 기대할 수 있는 소설 유형이다.
그러나 성장소설은 변별적으로 인식되는 다른 소설 유형들과 서로 공유하는 성격을 담아내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그 나름의 고유한 서사적 유형을 간직하고 있다. 성장소설만의 서사적 유형이란 바로 주인공의 변화 양상이 미숙에서 성숙으로,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결핍에서 충족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적 특질을 의미한다.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가 변화하게 되는 계기와 과정, 그리고 그 결과로 구조화된 유형적 특질을 갖고 있는 서사 양식이 성장소설이다.
한국 현대 성장 소설은 대부분이 순진한 1인칭 유년화자가 등장하여 그 순진한 시각을 통해 성장의 어려움과 불합리한 세계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윤흥길의 「장마」나 이문열의 「그해 겨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에서 잘 나타난다. 그런데 1인칭 제한 시점을 사용하지 않는 3인칭 서술상황의 성장소설에서는 유년의 초점 인물과 내적 초점화를 통해 1인칭 유년화자의 성장소설과 거의 유사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김남천의 소설에서 많이 나타나며 「무자리」, 「소년행」, 「흰종이 수염」, 「별」등이 좋은 예이다. 또한 '의사직접화법'의 사용을 통해 타자의 말을 마치 화자 자신이 전달하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 현대 성장소설은 기억과 회상을 통해 회고적인 시점에서 경험적 자아를 바라보는 서술 형태를 취한다. 이러한 형태는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를 상호 교섭의 방식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자아의 동일적 정체성을 정립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김소진의 「자전거 도둑」, 「원색생물학습도감」등에 나타나며, 오정희의 「유년의 뜰」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과 회상의 방식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은 반성적 사유에 근거하여 창작된다. 이것은 소설 창작 시간과 소설 내적 시간의 불일치, 이야기하는 자아와 이야기되는 자아의 분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성장소설은 고백의 담론 방식을 지배적인 서술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성장 소설은 액자소설의 구조를 갖고 있거나 서술의 시간과 사건 발생의 시간이 구별되어 제시된다. 결국 이러한 고백의 담론 방식은 과거의 문제를 생생하게 현재화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통찰하고 해결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제시된다.
2. 성장소설의 특성
성장 소설에 대한 올바른 갈래 규정은 이론적 국면과 역사적 국면, 공 시적 상황과 통시적 상황의 적절한 통찰과 양자의 모순을 조화시킬 수 있 는 관점을 필요로 한다. 최근 갈래 이론을 전제로 하여 성장 소설의 특성 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장 소설은 내부적 형식과 외부적 형식을 모두 갖춘 소설의 유형으로, 장르 종의 개념으로 파악될 수 있다.
내부적 형식으로 볼 때 어리고 미숙한 주인공의 여러 가지 다양한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고 미성숙한 어린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화나 소년소설과 혼동되지만 환상적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리얼리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화와 구별되고 주인공의 역할과 이미지의 차이에서 소년소설과 구별된다. 또한 구체적인 대상물이 아닌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대상을 찾는다는 점에서 탐색 담과 구별된다.
둘째, 성장소설은 아직 성인에 입문하지 않은 유년의 화자를 그 주인공으로 한다. 성장소설과 같은 구조를 지녔다고 해도 주인공이 성인일 경우 즉 유년의 주인공이 아닐 경우에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성 장소설의 주인공은 내적 성숙을 통하여 변화하는 동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도 특징이다.
셋째, 성장소설의 서술자는 1인칭 서술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기 고백적이거나 회고적인 담론방식에 많이 의존한다. 그런데 1인칭 서술자를 통해 내용을 전달할 때는 유년의 화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직접 자신 의 성장과정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서술자가 성인으로 자란 주인공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성인이 성장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경우 에 소설의 서술 방식은 자기 고백적이거나 회고의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의 서술자가 반드시 1인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3인칭 서술도 물 론 가능하다. 다만 성장소설은 1인칭이든 3인칭이든 상관없이 서술자가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주인공의 의식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며, 복잡하지 않은 단선적인 서술방식을 취한다.
넷째, 성장소설은 개인의 일대기적 구성을 취하지는 않는다. 성장소설 에서 주된 관심은 주인공이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통해 자신의 정 체성을 확립하고 성숙한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 데 있다. 그러므로 성장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일생을 과정 전체가 아닌 성장기 한 부분만을 주로 다루게 된다.
다섯째, 성장소설은 이를 읽는 독자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적 효과를 지닌다. 성장하여 성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개인의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결말에서 기존 사회의 질 서에 대해 대체로 화해하고 순응하는 태도로 순조롭게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입문해야 하는 사회에서 중요시하거나 요구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편입되는지를 보여준다.
참고자료: 국회도서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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