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영어는 회화 중심이었던 반면 현재 한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독해와 문법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실 일제강점기 시기의 일제식 영어교육 방식이었다. 일제강점기 시기는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교육의 암흑기라고 불린다.
사실 이때부터 '시험을 위한 영어'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한데, 경성제국대학 등의 입학시험에서 문법-번역 위주의 영어 시험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영어는 치열한 경쟁을 포함하는 언어가 되었다. 일본은 직접적인 영어사용을 금지시키고 '문법-번역식 교수법'을 사용하게 했다.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단어와 문법을 암기하고 복잡한 구문을 일본어로 해석하는 기술로서의 역할로 바뀐다. 학교에서도 일본인 교사가 영어를 가르쳤기 때문에 제대로 된 회화수업은 거의 불가능했다. 전세계적으로 영어발음이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인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던 서울 보성고 학생들은 "일본인은 영어 발음이 불량해 그 발음을 배워서는 도저히 세상에 나가 활용할 수 없다. 그러니 한국 선생님으로 바꿔달라"며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한민국이 독립한 이후에도 일제시대에 일본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 교육부에 진출하였고, 이 사람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이 만들어지니 결국 현재의 우리는 일제 시기의 영어교육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1882년 고종은 조미통상수호조약을 맺고 미국을 접하며 영어의 필요성을 느꼈고, 1886년 최초 관립 근대학교인 육영공원을 설립하면서 실질적인 영어교육이 시작되었다. 육영공원은 전국민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미국 선교사들이 설립한 사립학교에서는 나이, 학력, 신분,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시기 영어를 배우는 것은 출세의 길이라 여겼던 백성들이 많아지면서 영어교육에 붐이 일었다. 구한말 당시 우리 조상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는데, 이는 한문을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있어 한문의 배열과 영어 어순이 같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교이영문영어'의 원칙에 따라 영어교육은 모두 영어로 이루어졌으며, 자연스럽게 조선사람들의 회화와 발음 실력은 향상되었다.
특히 발음의 경우 영어교재 아학편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것보다 더 세심하고 정확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에서 윤치호와 이승만 등의 지식인은 뛰어난 영어를 구사해 낼 수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학교 영어 수업에서 주로 진행되는 독해와 문법 수업은 일제강점기 시기에 도입된 일본식 영어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부터 영어 회화는 쇠퇴했고 시험을 위한 독해와 문법을 가르치는 수업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 탐구를 진행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시대에 영어교육이 이루어졌으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영어’하면 ‘외교’를 떠올렸고 뒤이어 ‘쇄국정책’을 떠올렸던 탓인지 조선을 폐쇠적이고 보수적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어 교육이 일반화되기도 했다는 점, 미국인과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점 등을 차례차례 알아가며 영어교육이 얼마나 발달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아학편에 실린 발음을 따라해보며 flower를 라 표기하는 현대보다도 발음이 더 정확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우리 조상을 다소 무시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한편 일제 강점기에 영어교육이 암흑기를 맞이했으며, 이전의 영어교육 시스템을 잃었다는 생각에 이어 만약 광복 이후에 일제시대 영어교육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이전의 회화식 영어교육을 다시 도입했다면 현재 나는 모의고사와 수능특강을 풀며 독해와 문법을 연습하는 대신 발음교정을 받고 원어민과 회화수업이 주를 이루는 영어수업을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참고자료
국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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