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치에 담긴 발효 과학
김장은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배추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을 한꺼번에 담가 두는 우리 고유의 문화다. 싱싱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옛날, 겨울이 오기 전 김치를 한목에 담가 겨우내 먹을 수 있도록 채소를 비축해 두던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장 김치는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김장의 첫 단계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일이다. 깨끗이 씻은 배추를 반으로 자른 뒤 배춧잎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리고 8시간 정도 놔둔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탱탱했던 배춧잎이 쭈글쭈글해지면서 부피가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삼투압 현상 때문이다.
삼투압이란 삼투에 의해 나타나는 압력을 말한다. 삼투는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선택적 투과를 하는 반투막으로 막아 놓았을 때 농도가 낮은 쪽의 액체가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해 평형이 이뤄지는 현상이다.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 배춧잎 겉면의 농도가 높아져 배춧잎 내부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 결과 배춧잎이 쪼그라든다.
그렇게 해서 배추 속 수분을 제거하면 해로운 세균이나 미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김치를 오랫동안 보관해 두고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원리는 과일잼이나 과일청을 만들 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을 넣어 잘 버무리면 김치가 완성된다. 김치는 익으면서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발효는 온도가 낮고 산소가 없는 곳에서 증식하는 유산균에 의해 일어난다.
유산균은 김치 양념에 들어간 재료를 분해해 젖산, 초산 등을 만들어낸다. 이런 물질과 양념이 어우러져 김치 특유의 맛이 나게 된다. 잘 익은 김치 1g엔 약 200가지 유산균이 최대 1억 개 들어 있다고 한다. 김치 속 유산균은 항균 작용과 독성 물질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김치를 담글 때 찹쌀풀을 넣는 것도 유산균과 관련이 있다. 찹쌀풀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유산균의 먹이 역할을 해 번식을 돕는다. 그 결과 김치의 발효가 더 잘 일어난다.
김치를 통에 넣을 땐 꾹꾹 눌러 담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단순히 김치를 많이 넣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김치 속 유산균은 산소와 접촉하면 죽어 버린다. 김치를 꾹꾹 눌러 담으면 내부의 공기가 빠져 유산균이 산소와 접촉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김장 김치를 장독에 넣어 땅속에 보관한 것도 공기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발효 과학의 결정체 김치와 함께 올겨울을 건강하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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