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많은 사람들 하나하나는 제각각의 고민거리와 힘든 이유 한 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다. 어리다는 이유로 그 것이 보다 가벼울 이유는 없고, 장애인이거나 직업이 없다해서 무거울 이유도 없다.
이 모든 것들은 매우 다양하고도 다른 깊이로 마음 속 깊숙이 자리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이런 것들로 인해 삶에 굴곡이 지고, 이를 포용 혹은 극복하는 것에 따라 삶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무언가로 인하여 수많은 굴곡이 있던 삶을 걸어나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매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써의 고민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내가 이 책을 뽑아 들었던 데에는 제목이 큰 역할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 자기 전에 한 번 이상은 말하고 싶었던 단어가 그대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으로써 날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그러다 힘에 겨워 졸기도 한다. 공부라는 한 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그 하루에, 내 마음에서는 공부 이외의 수많은 것들이 떠오르고 사라진다.
너무나도 똑똑한 옆 친구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할 때 느끼는 자괴감과 조바심, 친구와 마음이 안 맞을 때 오는 약간의 짜증과 스트레스, 멀리 떨어져 있을 가족들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나날에서 느끼는 따분함과 갑갑함. 그러나 하루를 괜찮지 않게 만드는 여러가지 사이에서도 그 하루가 저물어 갈때 쯤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진다.
그 단어 하나가 힘들었던 하루를 괜찮은 하루로 바꾸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한 단어를 위해 침대에 누워 나홀로 괜찮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내가 떨어뜨린 물병을 주워주는 친구의 다정함, 싸우고 나서도 먼저 용기내어 화해를 청하는 친구와 내가 힘들때 내 등을 토닥여주는 손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 느끼는 행복감과 충족감. 요즘은 바쁘고 피곤하여 그 마저도 힘들지만, 그 책은 이러한 나의 이러한 하루 마지막 시간을 조금 더 괜찮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어느 시간엔가 숫자와 기호들을 보는 데에 지쳐 이 책을 펼쳤는데 그 안에는 몽글몽글한 색감의 토끼가 있었다. 볼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종이 안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토끼를 잠시 바라보다 책장을 넘겼고, 그 책 속에는 그 토끼가 살아온 굴곡진 삶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던 그 토끼는 자신의 목에 어린 손을 올려주며 소리를 가르쳐주던 어머니의 노력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알게 되었을 때, 조금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귀가 들리지 않는 작가와 그 작가의 캐릭터인 귀가 크고 소리에 예민한 토끼.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이 토끼는 그저 귀여워서 이 책 속에 있는 것일까, 하는 이상한 의문이었다. 토끼는 소리를 잘 듣는 다른 토끼들 사이에서의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꼈고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특별한 꿈은 없었다. 그러던 토끼는 웹사이트 스킨 작가라는 꿈을 꿨고 수많은 실패와 도전 끝에 그 꿈을 손에 잡았다.
그러던 중 웹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토끼의 그림에 대한 관심 역시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 다른 굴곡이 있었다. 토끼의 눈이 몇 달 안에 빛을 잃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 슬펐던 것은, 소리를 못 듣는 토끼 대신 이 소식을 어머니가 접했다는 사실이었다.
토끼는 너무나도 깊은 굴곡에 다시 올라올 수 없을 것이라 느꼈지만 마지막으로 빛이 존재하는 그 시간에 글을 썼다. 토끼의 이야기로 제목은 그래도 괜찮은 하루. 수많은 굴곡과 소리도 빛도 없는 삶에서 토끼는 이 많은 것들을 포용, 혹은 극복하고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말한다. 첫 장에서 환하게 웃던 토끼는 짧은 지팡이와 까만 썬글라스가 씌워 진 채로 나에게 다시 환하게 웃으며 책을 마쳤다.
이 책에는 토끼의 삶 사이사이에 존재하던 크고 작은 굴곡과 오르막, 소소한 쉼터 등이 모두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따뜻한 파스텔 톤의 그림으로 책 중간중간에 끼워져 있었고 그 중에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썬글라스와 지팡이를 착용한 토끼와 그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며 그 토끼를 향해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는 다른 사람들, 다른 하나는 온 몸에 반창고를 붙이고 붕대를 감은 토끼들이 서로를 안아주는 그림. 토끼는 이 사람들로 인해 괜찬은 하루라는 말을 할 용기를 가졌다.
이는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을 떠올리게 했고, 나 역시 내 하루의 쉼터인 친구들이 없다면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굴곡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이라 느꼈다.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가능한한 적은 반창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나 역시 그 쉼터였으면 하는 소망도 다시금 되새겼다.
수 많은 시련과 서로의 따스함이 함께 존재했던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는 책. 나는 이 책에서 처음의 내가 바랐던 학생으로써의 삶에 대한 위로가 아닌, 보다 위의 무언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 무언가는 내 하루하루가 괜찮은 것을 넘어 보다 소중하고 행복해지게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자신의 하루가 힘들고 괜찮지 않다고 느껴지는 날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매일매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어쩌다 한 번 일지 몰라도 모두가 그런 날이 있다 나는 단순히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보며 느끼는 위안과 안도가 아닌 하루하루에 대한 만족감과 그 하루를 괜찮게 만들기 위해 한 노력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만들면 좋겠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을 동정하고 자신을 보며 위안을 얻으라는 의미로 책을 낸 것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괜찮은 하루를 만드는 방법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을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삶을 통틀어 얻어낸 그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보다 많은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바란 것이다.
아무리 큰 굴곡이 자신의 삶에 존재해도, 이로 인해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괜찮을 수 있다. 지금 현재에도 앞으로도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에도 나는 매일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떠올리며 활짝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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