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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입시(독서활동 자료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읽고

by kjk쌤 202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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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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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생과 문학 세계에 대해 잠시나마 수업시간에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사막 가운데서 샘물을 만난 셈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수업시간에 생텍쥐페리의 별과 사막과 성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물처럼 유익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와 친구들은 별의 숫자를 열심히 세어 적은 후 서랍에 넣고 잠그는 것으로 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사막의 아름다움을 선생님과 생텍쥐페리로부터 배웠다.

어린 시절에 예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20살이 되기 전에 다른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의 학교란 아무래도 어딘가 메마른 부분이 있었고, 그 목마름을 채워줄 물이 필요했다. 인간의 대지는 바로 그 샘물이었다.

인간은 대지(지은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은 대지 책

 

또 사막에 드러누워 별들의 꿈을 꾸는 모습이나 사막에 떨어진 돌들을 천상의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들이라고 생각하는 감수성이 아름다웠다. 이런 동화같은 면과 더불어, 그는 인간의 사랑을 깨우치게 하면서 나의 마음을 가지런하게 해 주었다. 특히 기요메와 생텍쥐페리가 각각 조난에서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은 눈들 때문이었다.

자신은 죽을지라도 시체가 발견되어 사망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 처절한 걸음이, 그의 아내에 대한 눈물나는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동료들, 아내, 가족들이 자신이 걸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걸었다는 기요메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아마 모두가 그럴 테지만, 나를 믿고 있는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며 눈물이 맺혔다. 그 차가운 눈과 얼음 속에서 기요메가 일어서듯이 나도 다시 자세를 고쳐 앉을 힘을 얻었다. 사막에서 그들은 간절히 다른 인간의 화답을 바란다. 물과 음식과 생존을 위해서 다른 존재를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르고, 환영 속에서까지 불러 보지만 그 외침이 쉽게 닿지는 않는다.

그 사람과 얽히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다른 존재와 마주치려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황과는 매우 다른 것 같다. 저사람은 내게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현대인들은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사막의 조난자처럼 서로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현대인은 오히려 삶의 의지를 상실하고 옆으로 낙타를 탄 행단이 지나가도 돌아누워 쳐다보지 않는 사람같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간절함이 있어야 그 끝에는 생명을 살릴, 그리고 생명 그 자체인 물과 사랑이 있을 텐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이렇게 사랑으로 적셔지면서, 식물이 비 온 뒤에 다시 싱그럽게 피어나듯이 성장하고 나아갈 힘을 얻었다.

 

생텍쥐페리의 실존주의와 행동주의에 대해 배우며 간략하게 들었던 야간비행  에서, 조종사는 폭풍을 뚫고 우편기를 조종해 온다. 그게 조종사의 소용이며, 그 폭풍을 뚫고 가는 치열한 행동에서 인간의 실존을 발견한다는 말이 인간의 대지에서는 바로 '인간이 태어난다 는 말로 잘 설명되어 있음을 느꼈다.

내가 살아돌아온 것은 한 발을 내딛었기 때문 이라는 그 구절에 다시금 책을 가득 들고 기숙사고 걸어가는 내 발걸음에도 힘이 실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제 막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인간의 태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바로 그 생명이 탄생할 순간을 위해, 폭풍을 뚫어서야만 갈 수 있는 길이라 해도 나의 비행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게 되는 그 순간을 위해 다시 한 발을 내딛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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