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감정이 좌우하는 시간지각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반짝이는 화려한 장식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런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빨리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이 들수록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속도는 더 빨라지는 듯하다.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시간 감각은 나이에 따라 다르며, 그 배경에는 경험과 심리적 요인이 깊이 얽혀 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만, 체감하는 흐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다가올 일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기대되는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하지만, 불안하거나 꺼리는 일은 유난히 더디게 느껴진다.
이런 시간 감각의 차이가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연구가 있다. 지난 7월, 루스 오그던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교수팀은 감정이 시간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 중요한 행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영국과 이라크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때 영국인 응답자의 약 76%는 크리스마스가 해마다 더 빨리 다가오는 것 같다 고 답했다. 이라크인 응답자의 70%는 라마단 행사에 대해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라마단은 무슬림들의 최대 종교 행사로, 매년 약 한 달간 금식과 기도를 하며 신앙심을 다지는 기간이다.
그렇다고 시간 지각의 차이가 감정적 요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적 요인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나이 들수록 반복되는 일상은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주요 원인이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축적되고, 이에 따라 시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뇌는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해 시간을 천천히 느끼게 하지만, 일상이 반복되면 뇌의 자원 소모가 줄어들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로써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는 말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경험과 관련된 시간 인식 변화로 설명될 수 있다.
시간 지각과 뇌의 연관성을 다룬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에이드리언 베잔 미국 듀크대 교수는 뇌가 처리하는 이미지 변화에 주목하며 시간 지각의 원인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인간은 뇌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며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어린 시절에는 신경망이 활발하고 눈의 움직임이 빈번해져 뇌가 이미지를 빠르게 처리한다. 이에 따라 이미지 변화가 많아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신체와 뇌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다. 신경망의 복잡성이 증가하며 노화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뇌의 정보 처리 속도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효율이 점차 떨어진다. 그 결과 처리되는 이미지의 수가 감소하며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그는 시각 자극이 줄어드는 이유로 눈의 움직임 빈도가 감소하고 신경망의 신호전달 효율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어린 시절과 비교해 같은 물리적 시간 동안 처리되는 정보량이 줄어들면서 성인은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고 체감하게 된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경험이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물리적이고 신경과학적인 원인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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