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장비와 인공지능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 은 우리가 보는 밤하늘과 너무나 달라 낯설지만 고흐의 작품인 만큼 친근함마저 든다.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19세기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과연 고흐는 어떻게 우리가 보지 못한 밤하늘을 볼 수 있었을까.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눈으로 들어온 빛을 망막세포가 감지하고, 감지된 정보를 시신경이 뇌로 전달해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본다는 것은 인간의 뇌에 잠재된 창의성과 지적 능력이 반영된 결과다. 고흐의 창의성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밤하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한 것이다. 현대 과학은 보는 과정을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인간의 눈을 통해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세계의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지적 능력은 어떤 역할을 할까.
현미경의 발견으로 인류는 아주 작은 세계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 식물의 내부 구조에서 작은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 세계의 모습들이 현미경을 통해 인류에게 드러났다. 그런데 현미경은 빛을 이용하는 것으로, 마이크로미터 보다 작은 세계는 볼 수가 없다. 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에 해당한다.
물리학의 양자역학 원리
전자 현미경의 발견으로 반도체의 표면과 같이 마이크로미터보다 훨씬 작은 세계를 직접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전자현미경은 빛이 아니라 전자를 이용해 물질의 구조를 보는 장치로, 물리학의 양자역학 원리가 적용된다. 현대물리학을 발전시킨 인류의 지적 유산이 전자현미경 개발을 가능케 한 것이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매우 작은 물체도 나노미터단위로 촬영할 수 있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에 해당한다.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더 작은 세계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물질은 원자로 구성돼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 원자핵의 크기는 펨토미터 단위인데, 펨토미터는 1000조분의 1m에 해당한다.
10㎙ 크기의 무거운 원자핵인 중이온을 이용해 작은 세계를 보는 과학자의 새로운 눈이 중이온가속기다. 국내에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건설 중이다. 축구장 130개 면적에 해당하는 부지에 건설되는 라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 시설이다.
중이온가속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기압의 1조분의 1 수준인 초고진공과 영하 271도의 극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95.5m 가속관을 15만분의 1초 만에 날아가는 중이온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과 실험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첨단 컴퓨터가 필요하다.
또한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매우 작은 세계를 보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양자역학, 핵·입자물리학을 포함하는 현대물리학 지식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중이온가속기는 인간의 창의성과 지적 능력을 잘 보여주는 명실상부한 인류의 유산이다. 이제 한국도 세계적 과학 유산을 가질 수 있는 단계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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