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
한국은 매장사체 발굴,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데이터베이스 분야가 낙후돼 있다. 미국의 경우 매장시체가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고고학자가 유적지를 발굴하듯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한다. 그러나 한국은 빨리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는 관행에 밀려 아직 이런 체계적인 발굴기법이 발을 못 붙이고 있다.
또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은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1900년대 초에 태동한 학문인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늦은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도 많이 낙후돼 있다. 증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데이터베이스다. 현장에서 아무리 훌륭한 지문을 채취했어도 지문 정보가 없으면 용의자가 잡히기 전까지 그냥 쭈글쭈글한 선에 불과하다.
한국은 지문 데이터베이스에 있어선 세계 최고수준
어떤 나라도 전 국민의 지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웬만한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나 자동차 카펫 섬유, 잉크 및 토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구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학수사를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선배 법과학자들의 노고가 결실을 맺어 몇몇 분야는 선진 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수사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한국의 과학수사 수준을 올리려면 반드시 인력과 예산이 지원돼야 하고 과학수사 시스템과 교육제도, 데이터베이스를 보강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과학수사 시스템이 경찰 수백 명도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범죄 증거의 수집, 분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며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8년 10월 개관해 올해 10주년
문 총장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 디지털포렌식센터 에서 열린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개관 10주년 행사에서 참석자들을 상대로 구성원 모두가 과학수사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전문가로 한 단계 도약해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는 대검 과학수사부 산하 감정부서다.
센터에서는 문서감정, 심리분석, 진술분석 등 법과학분석, 컴퓨터, 휴대전화, 데이터베이스 복원 등 디지털수사 지원, 사이버범죄 수사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인수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장은 “기술변화 속도는 너무 빠른데, 국내에 기초연구도 부족하고 전문인력은 많지 않다”며 “산·학·연·관 사이에 디지털 포렌식 관련 생태계가 형성돼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가 수사 현장에서 쓰이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범죄수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게리도슨 성폭행 사건
성폭행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피해자가 묘사한 가해자는 긴 머리의 백인남자였다. 이 머리카락은 길이로 보나 색깔로 보나 가해자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얼마 후 백인남자 게리도슨이 체포됐다. 이어 열린 재판에서 검사 측 증인으로 나선 법 과학자는 문제의 머리카락이 피고인 게리도슨의 머리카락과 일치한다고 판정했다.
더욱이 피해자도 게리도슨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게리도슨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형량은 최소 25년, 최대 50년이었다. 하지만 10년 후, 게리도슨에 대한 유죄판결은 파기됐다. 그가 10년이나 감옥에서 보낸 후였다. 성폭행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남자친구를 몰래 만난 것을 엄마에게 들킬까봐 두려워 거짓 신고를 한 것이었다.
최강의 과학수사 기법은 DNA 검사
실제 미국에서 DNA 검사는 총 356건의 잘못된 유죄판결을 바로 잡았다. 그 중에는 사형판결도 다수 있었다. 국가 권력이 엄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심지어 목숨마저 빼앗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강력범죄가 전체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생각 외로 미미하다. 따라서 DNA 검사가 불가능한 대다수의 다른 사건에서 비슷한 오판이 있었을 수 있다. 이 같은 수사기법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어떤 대상을 사람이 비교한 후 '일치' 여부를 사람이 판정하는 기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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