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의 번연계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향기가 있습니다. 갓 구운 고소한 빵, 은은한 샴푸향, 향긋한 꽃향기. 어떤 향기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디선가 고소한 치킨 냄새가 흘러나오면 가족과 함께 치킨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여기에도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코안에 후각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에요. 후각 수용체는 냄새가 나는 물질을 받아들인 다음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대뇌의 변연계라는 곳으로 전달합니다. 포유류 이상의 동물에서만 발견되는 대뇌의 한 부분이죠. 변연계는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냄새에 관한 정보가 변연계에 들어오면 과거의 기억 또는 감정과 연결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 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소설 속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향을 맡고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죠.
프루스트 효과는 여러 분야에서 응용
기억이나 감정과 관련된 후각의 특성을 우울증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에게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기를 맡게 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죠.
또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이 발병 초기부터 땅콩버터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요. 이를 활용한 땅콩버터 테스트 를 통해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기도 합니다.
후각 수용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최근 폐와 같은 장기와 피부, 혈액에도 후각 수용체 기능을 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정자에도 후각 수용체가 있어서 난자를 찾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어요.
사람의 코에는 350개 넘는 후각 수용체가 있고, 각각 서로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코 외에 다른 신체 부위에도 150개 정도의 후각 수용체가 있습니다. 각각의 후각 수용체가 어떤 종류의 냄새를 인식하는지는 아직 10%밖에 알려지지 않았어요. 우리가 모르는 냄새와 후각의 비밀이 아직 많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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