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는 왜 자신을 보듬어주고, 도와주는 형우를 때린 것이고, 또 기표는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이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쳐 버린 것인지....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우상의 눈물’을 읽어보았다. 책을 다시 한 번 읽은 후 마주한 내용은 소름끼쳤다. 타인의 행동을 쉽게 간파하고, 휩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 속 형우에게 나조차도 완전히 속았다. 내가 만약 형우의 반에 속한 학생이었다면 나 또한 형우를 우상으로 찬양하고, 기표는 가난하고 악한 불쌍한 소년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 형우의 간교성이 두려웠다.
우상의 눈물은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악’이 존재한다. 소설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단순하고, 본능적인 악보다 그것을 짓밟고 이용하는 간교한 술책이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표는 자신을 학급의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담임과 형우가 두려웠을 것이다. 또 그 폭력을 사랑으로 치부하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모습에서 자신과는 다른 더 강력한 ‘악’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연약한 ‘악’을 물리친 강한 ‘악’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아니 그래야 하는 것일까? 기표의 악을 좋은 모습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영악하고, 간교한 악이 모두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폭력적인 악은 평범한 우리가 가진 본능적 악으로는 절대 물리칠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가 아닌지 두려워졌을 뿐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악의 무리로 몰아갔고, 탄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또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는 어쩌면 간교한 ‘악’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우상의 눈물’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교육.입시(독서활동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저널 그날 (1) 태조에서 세종까지 (47) | 2024.11.21 |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를 읽고 (78) | 2024.11.20 |
잡동사니의 역습 (프로스트, 게일 스테키티 공저)읽고 (39) | 2024.11.19 |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이덕일, 이회근) 읽고 (46) | 2024.11.18 |
우아한 거짓말 작가 (김려령) 읽고 (38) | 202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