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학적으로
사람과 정서적 소통을 하며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반려 라는 단어를 개에게 붙여주기도 한다. 개가 인간에게 의존하는 듯하나, 사실 사람이 개에게 감정적 의지를 하는 사례도 있으니 반려견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개는 분류학적으로 늑대와 같은 종이다. 개와 늑대 모두 동물계, 척삭동물 문, 포유강, 식육 목, 개 과, 개 속, 늑대 종 이다. 2명법은 속명과 종명으로 쓰는데, 2명법으로 쓴다면 개와 늑대는 Canis lupus로 학명도 같다. 아종이 다를 뿐이다.
개와 늑대의 유전자는 99.96% 일치
그런데 왜 늑대가 아니라 개가 인간의 대표적인 반려동물이 되었을까. 개는 가축화 되었기 때문이다. 늑대는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계급 사회를 이루고 서로에게 의존한다. 동물학자 숀 엘리스는 미국 네즈퍼스국립공원에서 늑대 무리와 몇 개월을 지내면서 교감 장면을 보여줬다.
사회성이 좋아 길들이기도 가능하다. 스웨덴에서 이뤄진 늑대의 사회화 과정 연구에서 생후 6주 된 새끼 늑대에게 공 가져오기 실험을 했을 때 3번 중 3번 모두 공을 물고 돌아온 늑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이런 온순한 성격의 늑대를 골라서 키우며 길들이기 시작했고, 점점 야생적인 늑대와 구별되어 가축화돼서 지금의 개의 모습이 된 것일까?
하지만 인간이 개를 가축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개가 스스로를 가축화한 것이며, 길들이기와 가축화는 다르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를 통해 협력적 의사소통과 친화력이 강한 개체는 강한 생존력을 가지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자임을 알려주고 있다.
개는 천재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다른 책 개는 천재다 에서 개는 자신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이며, 개가 ‘자기가축화’를 통해 생존하며 진화해왔다고 말한다. 공을 멀리 던지면 공을 던진 손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 공을 주우러 재빨리 달려가는, 즉 우리의 의사소통 신호를 해석하고 반응하면서 인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개들은 진짜 천재일지도 모르겠다.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생물학의 원리 에서 처음 사용했고, 다윈의 진화론 설명에도 사용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자연선택은 생존경쟁을 통해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잘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 는 의미는 말 그대로 적자생존 으로 설명된다.
무한경쟁하면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가 아님에 주의하자! 사실 개는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다정함을 특징으로 가축화해 살아남은 것이다. 정자생존 이다. 사람과 함께 사는 개만 좋은 것은 아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간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인간의 교감신경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 반려견은 비난도 비판도 없이 인간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개가 인간 사회에서 살아남은 것은, 인간이 개로부터 안정감과 유대감을 느끼며 사회적 자신감을 얻기 위해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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