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시대적 배경은 산업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지던 1980년대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였기에 이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던 우리나라의 급속 성장, 그 중심에는 노동자가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항상 울고 있었다. 일한 만큼 받지 못하였으며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받고도 해고를 당할까 아무 말도 못했던 자들이 노동자들이었다. 그 고통을 준 자들은 지식인들이었다. 배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손해를 적게 보고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시 사회가 더럽고, 치사하고 정말 불공평한,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내가 사는 사회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아직 고등학교 1학년, 17살 밖에 안 된 나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공부를 했고, 시험을 봐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사람들은 이 책의 지식인들처럼, 손해는 최소화하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가난은 가난을 낳고, 잘사는 사람들은 대대손손 부유하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죄를 지은 건 그들이야요.’ 공장에 다니던 노동자들이 지부장에게 형편없는 환경과 월급에 대해 호소하자, 다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공장들끼리 정보를 공유하여 다른 곳으로 취직을 못하게 했다. 무서웠다. 죄를 지은 건 회사를 총괄하고 다스리는 지식인들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지식인들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드러내는 동시에 불평등한 사회를 만든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질책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대립시키는 것이다. 작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죄가 없고, 깨끗하며, 순수한 인물로 형상화하였다. 반면에 부유한 사람들은 야망에 부풀려 있고 욕심 많은 사람들로 형상화하였다. 작가는 이 사람들이 양극으로 치닫지 말고 중간에 있길 원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어느 누구도 중간으로 가지 못한 채 절망적인 결말을 맺는다. 그 결말을 읽으며 나는 분노했고, 노동자들도, 죄인인 지식인들도 가엾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언젠가 모두가 중간으로 가기를 바란다.
'교육.입시(독서활동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을 파는 상점(김 선 영)읽고 (25) | 2024.12.14 |
---|---|
생떽쥐베리 (인간의 대지) 를 읽고 (71) | 2024.12.12 |
정유정 (종의 기원) 읽고 (70) | 2024.12.10 |
정원오(복지국가)읽고 (63) | 2024.12.09 |
할레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읽고Ⅱ (60) | 2024.12.01 |